작성자 온달마음
작성일 2025-03-01
조회수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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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 동백 / 권경희
백설이 분분한 설원에서 한 잎 한 잎 고이 품어 접은 연정 아침 햇살에 눈시울이 붉다
꼭꼭 접어두었던 그리움을 흥건히 적시며 살을 에는 삭풍 속에서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피운 저 순결한 자태의 붉은 고백
우렁우렁 접동새 구슬피 우는 밤 핏빛이 낭자하게 영혼을 던지는 낙화는 수백 번의 각혈로 토해낸 붉디붉은 연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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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 김영미
어디를 들이받는지 옷을 벗다보면
늘상 여기저기 피멍이다
통증이 피었다
진 자리
떨어진 동백 서너 송이
어디에 심하게 받쳤는지
석달 열흘 내내 정신이 멍하다
장산역을 내렸을 때
필히 들고 와야 할 전화번호를
탁자 위에 두고 왔음을 깨달았다
멍청은 허공의 다른 말
멍청해진다는 것은
몸에
허공의 개수가 늘어난다는 말
내가 지금 나온 곳이 9번 출구던가
오락가락 헤매기를 한참
7번 출구 밖 다리를 쉬었던 돌부리에
거적때기로 버려져 있다
그 속에
팔다리가 없는
몸뚱이 하나가 누워 있다
허공을 올려다보니
머리와 가슴이 없다
내가, 허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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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연모 /안영준
조각배 타고
바다에 나가신 임
얼마나 멀리
먼 곳까지 가셨기에
여태 오시지 않나요
그리움에
애를 태우며
임 마중하고 섰는데
이젠 눈시울마저
통통 부어 있습니다
바다만 지켜보던
그이는
이른 봄 어느 날
흥건히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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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숲길에서 / 고재종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 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예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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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질 때 / 이 해 인
비에 젖은 동백꽃이
바다를 안고
종일토록 토해내는
처절한 울음소리
들어보셨어요?
피 흘려도
사랑은 찬란한 것이라고
순간마다 외치며 꽃을 피워냈듯이
이제는 온몸으로 노래하며
떨어지는 꽃잎들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거부하고
편히 살고 싶은 나의 생각들
쌓이고 쌓이면
죄가 될 것 같아서
마침내 여기
섬에 이르러 행복하네요
동백꽃 지고 나면
내가 그대로
붉게 타오르는 꽃이 되려는
남쪽의 동백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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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살려고 / 이생진
꽃피기 어려운 계절에
쉽게 피는 동백꽃이
나보고 쉽게 살라 하네
내가 쉽게 사는 길은
쉽게 벌어서 쉽게 먹는 일
어찌하여 동백은 저런 절벽에 뿌리 박고도
쉽게 먹고 쉽게 웃는가
저 웃음에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닌지
'쉽게 살려고 시를 썼는데
시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네
동백은 무슨 재미로
저런 절벽에서 웃고 사는가
시를 배우지 말고
동백을 배울 일인데’
이런 산조(散調)를 써놓고
이젠 죽음이나 쉬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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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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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처럼 / 남정림
필 때나 질 때나
동백꽃처럼 온몸으로 살고 싶어요
실핏줄이 팔딱거릴 만큼 사랑하고
혈서로 적신 꽃잎이 나풀거릴 만큼
진실하고 따습게 살고 싶어요
때 되면 물러갈 때는
동백꽃처럼 송이 채로 뚝 떨어지는
아름다운 소멸을 꿈꾸고 있어요
시들지 않는 풍성한 죽음,
온전히 더 붉은 사랑으로
다시 꿈을 키우고 있어요
지고 나서 땅을 더 아름답게
덮어주는 저 불타는 동백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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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 강은교
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우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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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 정병근
그가 보고 싶으면 하루종일 글을 쓰면서 보고품을 달래 봅니다
그래도 보고 싶으면 편지를 쓰면서 보고픈 마음을 달래 봅니다
그가 생각이 나면 옛날 그와 함께 있었던 그 길을 걷습니다
그래도 생각이 나면 그와 함께 있었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하루 종일 그가 생각이 날 때면 백련사 동백 숲 길을 혼자 걷고 있는 나를 봅니다.
그도 나를 너무나 보고 싶어 하다가 땅에 쓰러저 누워 있는 그를 가슴에 앉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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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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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를 낳아주신 시인님께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 _()_
이 글은 보시는 모든 분께 동백꽃은 말합니다 !!
몸과 마음 영혼까지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2025. 3. 1. 온달 올림----